(0032) 설악산, 158 x 33.5cm, 비단에 수묵담채, 1999


<3회 개인展-진경산수화전>
 인사갤러리
1999.10.06-10.12

<EXHIBITION HIGHLIGHT>   

  근대 한국화 분야는 망연자실한 상태에 놓여 있다고 안팎에서 이야기되고 있다. 난데없는 포스트주의의 망령이 휩쓸자 그나마 겨우 존재하던 논리나 방법마저 버리고  덩달아 휩쓸리면서  결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변환 내지 도태되어 버렸다.
  그만큼 논리와 방법이 약했으니 당연하기도 하겠지만, 세계화 바람속에서 한편으로  민족 문화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는 분위기 속에서  역설적이고 참담한 현상으로 여겨진다. 중견이라 할 몇몇 미술가가 깃발을 올렸지만 그것이  성과인지는 확신이 가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 이번에 열린 김현철의  개인 전시회인 <진경산수화전>은 매우 참신한 시도로 여겨진다. 그는 분명 하나의 좋은 대안으로 여겨지는 김천일․권기윤과 바로 이어지는 진경산수와 불화기법을 토대삼은 이태승, 이와 갈래는 조금 다르지만 같은 종류의 진지함이 바탕이 된 오선경의 비단에 그린 인물화와 더불어 주목해야 할 존재이다. 그가 그림에 접근하는 태도는, 계승할 만한 전통에 대한 뚜렷한 인식 아래 임모(臨摹)와 진득한 감상과 분석을 거쳐서야 가능한 것이다. 서구 미술에 대한 오해의 결과로 오늘의 상황이 초래되었다면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이를 다시 재인식하는 것이다.
  과연 서구미술이나 우리의 미술 전통에서 선인의 궤적을 밟아 보는 것이 금기되어야 할 일인가? 그는 바탕 재료와 물감․붓 같은 매재에서 붓 다루는 태도, 그리고자 하는 것을 묘출하는 태도에 이르기까지 발본색원하는 태도로 접근하였다. 한지 또는 비단 바탕에 필법은 정선․김홍도를 비롯한 조선시대의 명가들에서 유래한 듯하다. 또한 소재는 자신이 사는 곳을 중심으로 한 뒤 뛰어난 경관을 첨가한 정도로 국한되어 있다. 이것만으로도 그는 보는 사람의 자세를 다르게 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이런 상태는, 우리의 과거 미술을 진지하게 살피는 가운데 일종의  패러다임을 조절한 뒤에,  그러고도 진득한 연찬이 있은 연후에 나올 수 있는 것이므로 쉽게 들어설 수 없는 길이다.
  그는 이 과정을 10년 세월 동안 견뎌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방법이라면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통과해야 한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소재를 넓히고, 색채효과를 시험하며 글씨와 그림과의 조화 내지 한글화 등의 노력을 더한다면 또 다른 면모를 보일 수 있지 않을까?

최석태 / 미술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