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두무진  52x142cm 2폭  삼베에 진채   2011

경기팔경과 구곡 - 산, 강, 사람

2015.09.05~11.15

경기도미술관 기획전시실

천과 한지 위에 먹과 채색이 어우러져 간결하고 담백하기 이를 데 없는 김현철의 격조 있는 산수화는 이 땅의 자연을 진경산수의 전통 속에 새롭게 길어내고 있다. 우리문화의 황금기인 진경시대에는 그 시대를 주도한 조선성리학 이념에 입각하여 무정물(無情物)인 산수에도 기(氣)가 내재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시대를 풍미했던 진경산수화는 산수에 내재된 정신성까지 표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전신(傳神)이란 초상화를 그릴 때 외모의 형사뿐만 아니라 내재된 정신성까지 사생해 낸다는 의미이다. 그러니 자연/산에 내재된 정신성까지 표출해낸 것이 진정한 산수화이다.

김현철은 겸재의 그림을 본 삼아 이를 오늘의 자연에 투사한다. '전신'으로 표출해내는 이 땅의 자연을 그리고자 한다. 김천일의 그림과는 달리 김현철의 그림은 고전에 가까운 인상이다. 그의 산수화는 현재의 실경을 바탕으로 제작되지만 동시에 조선시대 산수화의 경지를 염두에 둔 그림이다. 특정한 대상의 재현이나 묘사보다는 그것의 진경, 그러니까 여러 방향에서 본 대상의 진상을 종합해서 그려내고자 한다. 그의 그림 소재는 이 땅의 자연, 특히 산이며 기법적으로는 엄격한 임모와 사생으로 단련된 진경기법으로 그려진다. 동시에 여백을 적극 구사해 그리면서 이를 통해 관자의 상상력이 투영되어 온전한 그림으로 완성되는 방식을 택한다. 주목할 점은 그가 가장 보여주고 싶었던 부분이, 오랜 수련 끝에 얻은 진경의 기법이 아니라 '여백'이란 점이다. 여백이라는 투명한 예술적 상상을 통하여 형상 너머 보이지 않는 상상의 세계를 표현하고자 했는데 이는 최소한의 필적으로 보다 많은 느낌을 전하려는 의도이다.

(박영택, 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