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전을 다녀와서...

김현철의 '궁궐'전
공아트스페이스
2012.11.21 - 27

전시장에 도착하니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경복궁이었다. 많은 그림에서 짙은 푸른색의 물이 화폭의 아래에 흔들림 없이 자리하고 있었다. 예전 초상화전에 경허선사의 눈빛과 만해 한용운의 기개가 흔들림 없이 화폭을 장식하듯이...
그림에 자리잡은 푸른 색조는 고요하면서도 웅장하였다. 제주도의 푸른 물빛이 넓은 대양의 웅장함을 나타내는 것처럼 경회루의 작은 연못은 푸른 대양으로 변하여 흔들림 없는 정신을 말하는 것처럼 느꼈다. 그 바탕 위의 궁궐 건물은 이제 막 건축하여 낙성식을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산뜻하고 세밀하였다. 건물을 전경으로, 후경으로는 인왕산과 주위의 풍경이 어우러져 있었다. 딱딱한 느낌이 들 수도 있는 건물, 푸른 물에 비하여, 풍경은 승무를 추는 스님의 옷자락의 유연함의 느낌을 받았다. 이들이 어우러져 조화로운 세상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무릉도원이라 해도 좋고 극락이라 해도 좋고 어머니 뱃속 자궁이라 해도 좋을 것 같은...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시를 짓는 것은 자연이나 인간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고유성과 보편성을 찾아서 재현시키는 것이다’ 라고 했다. 그림을 그리는 것도 같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유성은 개별적인 특성이고 보편성은 공통적인 특성이다. 둘은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좋은 그림은 이 둘을 모두 가져야만 한다는 생각이 든다. 경복궁의 근정전은 근정전의 특징, 경회루는 경회루의 특징, 모든 궁궐의 건물들의 특징에서 건물들의 고유성이 있음에 틀림없다. 이러한 건물들의 고유성을 관통하여 중심을 흐르는 건축 양식이 바로 궁궐 건물의 보편성일 것이다. 실제로는 많은 개별적인 특성이 있고, 그 중에서 보편성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필요 없는 것은 버리고, 새로운 상황은 창조하여야만 한다. 보이는 여러 풍경 속에서 작가의 혼이 들어가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리라. 건물의 딱딱한 모습, 배경의 부드러운 자태 이 모두가 다시 보편성을 추구하여 궁궐이라는 완성된 작품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그림에서 조화로움과 편안함을 느끼며 마치 도를 닦는 기분이 든 것도 처음이었다.

양기중(2012.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