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 '초상-그 전신의 세계'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초상화가 김현철이 역사적 인물들의 초상을 모아 '초상(肖像)-그 전신(傳神)의 세계'전을 연다. 인물의 정신을 그림에 드러내는 전신기법으로 그린 진영(眞影. 인물얼굴상) 13점 중 눈에 띄는 것은 만해 한용운의 초상화다. 초상화는 고개를 정면으로 든 구도로 그리는게 일반적이지만 이 초상화 속 만해는 한쪽으로 다소 기울어져 불안정한 모습이다. 작가는 1919년 3.1운동 이후 마포형무소에 갇혔을 때 찍은 사진과 1929년 광주학생운동을 알리는 민중대회를 준비하다 서대문형무소에 수감 중 찍은 사진 속에서 고개를 앞으로 숙이고 몸을 한쪽으로 기울여 다소 불안정한 자세를 취한 만해의 모습에서 초상화의 힌트를 얻었다. 33세 때 목 부분의 총상 후유증으로 평생 고개를 바로 세우지 못하고 살았던 만해의 생애와 결부지어 최후까지 변절하지 않은 그의 저항성을 기울어진 자세로 표현하기로 한 것. 작가는 "다소 비뚤어진 자세와 형형한 눈빛을 취해 그의 강인한 저항정신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려 했다"면서 "만해의 외모뿐 아니라 내재한 그의 정신성까지 사생해내려 애썼지만, 혹시 이 초상이 만해를 왜곡하는 또 다른 이미지상이 되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이밖에 조선 말의 승려 경허 선사(1849-1912)와 그의 제자인 혜월 선사(1861-1937), 혜월 선사의 손제자인 향곡 선사(1912-1978) 등의 조사상과 화가 월전 장우성(1912-2005), 서예가 일중 김충현(1921-2006) 등 예술가의 초상화도 함께 전시된다. 전시는 인사동 공아트스페이스에서 27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황희경 기자(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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