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그 전신의 세계(2)"展
2010.10.27~11.02
공아트스페이스(서울)

동양회화에서 인물화는 사진(寫眞), 초상(肖像), 전신(傳神)등으로 불린다. 이는 대상의 외형을 표현의 목적으로 하지 않고 대상이 되는 인물의 내면까지도 포착하여 표현해 낼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흔히 전신으로 개괄하여 설명되는 이러한 인물에 대한 심미적 요구는 기운생동(氣韻生動)등으로 이어져 동양회화의 창작과 비평의 핵심을 이루게 된다. 작가 김현철의 특장은 일반적으로 정치한 진경산수에 있다고 인식되어 왔다. 그의 산수는 고졸한 품격과 명징한 사유를 담은 독특한 것으로 일가를 이룬 것이었다. 그런 작가가 이번에 선보인 작업들은 의외로 전신에 바탕을 둔 전통적 방식의 인물 초상들이다. 일반인들을 비롯하여 적잖은 승려들의 초상을 다룬 그의 작품들은 본연의 정교하고 단정하며 엄격한 필도가 여전할 뿐 아니라 인물 특유의 생동감 있는 표현이 두드러진 것이었다. 흐트러짐 없이 단정하며 엄격한 형태감과 배채 등의 방법에 의한 깊이 있는 색감의 구사는 단연 빼어난 것이었다. 현대문명은 이미 사진이라는 방식을 통해 대상의 객관적 상태를 재현해 내는 것이 더 이상 작가의 기능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 아님을 알려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신, 혹은 초상 예술이 존재할 수 있음은 기계적인 것으로는 포착될 수 없는 또 다른 내용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가 작업을 통해 구체적으로 증명해 보이는 바는 바로 이러한 비 기계적이며 극히 전통적인 방식을 통해서만 구현해 낼 수 있는 독특한 전신의 표현이라 할 것이다. 엄정하고 합리적인 인체의 표현은 평면적으로 처리되어 함축적인 여운을 지니고 있고 형형한 인물의 눈빛은 그것이 단순히 형상에만 의존하는 묘사와 재현의 화면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다. 그의 독특한 산수에서 도 읽혀지듯이 그의 전신 작업들은 전통에 대한 풍부한 이해와 확고한 신념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산수는 물론이거니와 전신의 작업에서도 특유의 고졸하고 청신한 품격이 공존하며 작가의 개성을 표출해 내고 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라 여겨진다. 한국화의 부진, 나아가 전통미술의 존재감마저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에서 그가 제시하고 있는 다분히 전통적인 것을 통한 자신감의 표출에 대해 세간의 평이 궁금하며, 그것이 오늘의 한국화와 어떤 연계를 지니고 있는지 숙고해 볼 필요가 있음을 느끼게 한 전시라 여겨진다.

김상철(미술세계 주간) / 미술세계 2010년 12월 호, 13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