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6) 사인암, 41x 60cm, 한지에 수묵담채, 2007


 
한국화가 김현철 ‘그리지 않은 그림’展 
[경기일보 2007-5-15]
 
“너는 이제 더 이상 배울 게 없다” “그럼 어떻게 하죠” “이제부터 배운 것들을 모두 비워라”
흔히 선문답처럼 느껴지는 대화가 요즘 세대에선 어떻게 적용될까. 하나라도 더 익히기 위해 새벽부터 학원에 나가고 경쟁에 뒤질새라 인간미가 점점 멀어지는 세태에서 말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소주잔 기울이던 낭만도 오래전 일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예술인들에게 작은 희망을 엿본다. 오랜 연마와 사생의 과정을 겪은 한국화가 김현철(군포시 산본2동)은 ‘그리지 않은 그림’을 주제로 전시를 연다. 화가가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무엇을 그린단 말인가.
그의 답은 간단하다. 한국화의 특징인 ‘여백’을 최대한 활용한 그림을 뜻한다. 산과 구름, 바위 등이 등장하지만 주인공은 여백인 것. 그 동안의 전시가 무엇을 보여주기 위한 작품전이었다면 이번 전시는 버리기 위한 전시다.
다음달 10일까지 갤러리 벨벳에서 ‘버림의 미학’을 만날 수 있다. 깎아지는듯 직각으로 쏟은 ‘사인암’과 길이만 255㎝인 설악산 풍경은 장관이다. 험준한 산세와 구름이 만나 꿈틀거리듯 역동적인 설악산은 마음까지 확 트이게 만든다.
버림은 자세히 묘사하지 않는데서 출발한다. ‘옥순봉’이나 ‘도담삼봉’ 같은 작품은 공중에 붕 떠있는 듯한 느낌이다. 원근법만 일부 적용할 뿐 주변 배경을 모두 생략했다. 여백이라기보다 ‘없음’에 가깝다. 김현철은 김천 출생으로 서울대 회화과와 대학원에서 동양화과를 졸업했고 간송미술관 연구위원으로 활동중이다.
문의(02)736-7023
 
담당기자 : 이형복기자 ( bok@kg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