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의 풍광을 마주한 120일간의 기록
라온 갤러리 금릉 김현철 초대전 ‘섬-제주’ 오는 31일까지

지난해 4월 제주도로 찾아온 금릉 김현철 작가，120간 제주의 바다와 산을 돌아다닌 후 제주의 진경을 화폭에 담아냈다.
중견 한국화가 금릉 김현철씨 초대전이 갤러리라온에서 열린다. 작가는 제주의 진경을 화폭에 담아내기 위해 120일 동안 머물면서 곳곳을 누볐다.
우리에게 익숙한 산방산·용머리해안·정방폭포·협재리 해변·백록담의 진경이 정갈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조선회화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작가는 전통의 필치와 과감한 구도，여유로운 공간으로 제주의 풍광을 자신만의 해석으로 보여준다.
제주 곳곳의 이미지들을 천과 한지 위에 옮겨놓았다. 즉 ‘제주도에서의 120일’을 기록한 전시다.
김 작가는 ‘전통’과 ‘뿌리’를 쫓아 20여년 동안 한국화 전통기법과 화풍 정립에 정진해왔다. 여백의 미를 강조한 한국화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김 화백은 최근 소재의 폭을 넓혀 기존 한국화가 주로 그려 온 사군자(四君子)와 동양적 산수(山水)의 틀을 벗어났다.
전신을 담은 초상화에 집중하기도 하고 경복궁과 수원 화성 등 우리 옛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다가 올해에는 제주도와 바다를 전통기법으로 되살리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탁 트인 푸른 바다에 섬 하나가 떠 있는 모습，산과 그 안에 위치한 작은 산사가 그려져 있기도 하다. 기존 제주도 풍경과는 다른 느낌이다. 무심한 듯한 붓질이면서도 정갈하게 얹혀지고 시원한 여백을 살린 구도를 보여준다. 성산일충봉이나 유채꽃밭이나 광할한 바다를 드러내는 것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박은주 미술비평가는 “김현철은 답보상태의 한국화단에 새로운 미적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작품들에서 특히 그러한 변화가 뚜렷한데，감상자는 자신도 모르게 그가 그려 낸 작품의 시점을 배워가게 된다. 그만큼 설득력 있게 보는 이를 작품 속으로 끌고 들어가 제주도 성산 일출봉을 쪽빛 바다 위에서 하나하나 읽어나가게 하고，담묵(淡墨)의 산에 반 이상 가려져 있는 해인사를 넉넉한 눈으로 바라보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2007년 전시 이후 그의 행보는 놀랄 만큼 자유로워지고 있다. 완벽주의적인 금릉이 작품에서 점점 거침없어지기에 그가 그린 그리지 않은 그림은 얽매이지 않으려는 순수한 노력 같다. 김현철이 그린 사색의 공간인 ‘여백’은 그만의 방식으로 재정립한 용기 있는 무(無)의 형상화로 정신이 무한을 향하듯 개념을 뛰어넘어 작품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라고 평했다.
김현철씨는 서울대 미술대학 회화과，서울대 대학원 동양화과를 졸업했다. 현재 간송미술관 연구위원을 맡고있다. 전시는 오는 31일까지 갤러리 라온 커뮤니티센터 3층에서 마련된다.
천과 한지 위에 먹과 채색이 어우러져 간결하고 담백한 제주전경 산수화를 만나보자. 문의＝795-3280.
김혜림 기자 | khr12@jejudomin.co.kr 

제주도민일보
http://www.jejudom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9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