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치와 깊이로 ‘섬’그리다

갤러리라온 한국화가 금릉 김현철 초대전 4~31일 섬 진경 쫓은 ‘120일’펼쳐내 눈길

섬에선 누구나 예술가가 된다. 그림에 재주가 있으면 화가가 되고, 카메라가 손에 익으면 사진작가가 되고, 생각나는 그대로 글로 옮기면 시인이 된다.‘도화서’라는 공간이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던 때부터 당시 화원들이 제주를 보면 무엇을 어떻게 그릴까가 사뭇 궁금했었다. 익숙한 듯 낯선 위용으로 섬사람들의 가슴까지 철렁하게 하는 산방산이며 여유롭게 바다를 향해 뻗은 용머리 해안이며 바다가 부서져라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정방폭포며 붓을 내려놓을 틈이 없었을 터다.중견 한국화가 금릉 김현철 역시 그런 느낌들로 섬에 취했다. 그 감흥 그대로를 담아낸 초대전 ‘섬-제주’를 4일부터 31일까지 갤러리 라온에서 진행한다.제주의 진경을 화폭에 담아낸 120일이란 시간은 단순한 숫자 이상이다.
화폭들 사이 정갈하게 정좌한 것은 ‘제주’란 단어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진경산수는 말 그대로 우리나라에 실재하는 경관의 사생(寫生)에 주력하는 화풍이다. 붓 끝으로 어설프게 외형만 훑어내다가는 일갈 자연의 기운에 꺾이기 십상이다. 풍경과 삶이 하나로 표현될 때 진정한 의미의 진경산수가 완성된다. 김 작가의 ‘섬-제주’역시 수려한 경관이 기세 등등 자신을 드러내는 사이 제주 사람들의 숨결 같은 바람이 그 사이를 노닌다.‘툭’하고 멈춰진 시침과 분침, 그리고 초침 사이 ‘섬’이 부유한다. 활달한 기운과 청량한 공기가 ‘훅’하고 덤벼드는 기세가 그만 싫지 않다.어느 사진작가의 메모에서처럼 내려놓고 스쳐가기에는 진득하니 감동으로 점철된 풍경들에게 ‘은근한 질투에 휩싸일’뿐이다. 초대일시 4일 오후6시. 전시문의=795-3280.
고 미 기자  popmee@hanmail.net

제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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