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새로움으로 초상화 표현 특징

‘현대초상화 모색전’

초상화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시도된다. 가회동 갤러리 한옥에서 현대초상화 모색전이 열린다. 3일 개막해 13일까지 전시가 이어지는 1부 중견작가 전과 14일부터 21일까지 이어지는 2부 청년작가 전을 통해 총 27명의 작가가 왕의 어진에서부터 스님 진영, 현대적으로 해석한 초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초상화를 선보인다.

1부에서는 금릉 김현철 작가의 ‘비구법정진영’이 눈길을 끈다. 비단에 진채로 그려진 법정스님 진영은 스님의 얼굴 주름 하나까지도 세심하게 그렸다. 비단에 진채로 그려진 만해 한용운 진영 역시 김현철 작가의 작품이다. 간송미술관 연구위원인 김현철 작가는 2010년 개인전 ‘초상-그 전신의 세계’, 2012 제주에서의 120일 개인전 등으로 관객들을 만나왔다.

이번 전시를 하며 김현철 작가는 “사람의 초상을 그리는 일은 먼저 그 모습이 닮아야 하고 나아가 그의 정신세계가 제대로 드러나야 하기 때문에 결코 만만치 않다”고 고백한다.

미술평론가 박영택 교수(경기대)는 김현철 작가의 개인전 ‘초상, 그 전신의 세계’를 보고 “김현철 작가는 자신이 닮고 싶은 얼굴, 존경받는 이들의 얼굴과 주변사람들, 지인들의 초상을 그렸는데 특히 만해의 얼굴은 그가 그리고 싶은 스님의 얼굴”이라며 “초상화는 그림 그리는 이가 대상이 되는 인물에 대한 흠모나 존경심이 있어야 하는데 김현철 작가가 만해를 그린 이유도 거기에 있어 보인다”고 설명한다. 또한 “위인들이 지닌 정신과 눈빛, 마음을 그림으로 형상화한 김현철 작가의 작품은 결국 그러한 얼굴을 닮고자 하는 개인적 바람의 투영”이라고 김현철 작가의 초상화를 평론한 바 있다.

2013년 한국예술평론가협회의 ‘주목할 작가상’을 수상한 권지은 작가는 퇴옹당 성철 대종사 진영을 견본채색 작품으로 내놓았다. 성철 대종사 진영은 불자를 들고 의자에 앉아있는 성철스님의 모습을 부드러운 필선으로 그려낸다. 마치 어느 사찰 조사전에 걸린 조선시대 스님 영정처럼.

성균관대 미술학과 겸임교수를 맡고 있는 신영훈 작가가 수묵으로 그려낸 문명대 교수의 모습은 금방이라도 일어나 걸어 나올 것처럼 보인다.

2부에서는 청년작가들이 현대적인 초상화 군상을 드러낸다.

‘또래 작가들 가운데 단연 감칠맛 나는 붓질을 선보이는 작가’라는 평가를 얻고 있는 허용성 작가는 한국화의 뉴웨이브 시대를 이끄는 작가의 한 사람이다. ‘Marmotte twins’를 선보인 허용성 작가는 “나는 세상에 순응하지도 그렇다고 반하지도 못하는 복합적인 갈등구조 속 한 세대의 ‘초상’에 집중하고 있다”며 “절망과 좌절, 패배주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며 세상을 향한 공허한 외침들은 나의 작업에 원동력이 된다”고 초상화 작업을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비단에 채색을 한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인 김은우 작가는 “요즘을 사는 내가 보고 느끼는 것들과의 결합. 그리고 재해석”이라고 자신의 작업을 설명한다.

갤러리 한옥 문명대 대표((사)한국미술사연구소 소장)는 “우리나라 정통 초상화는 영정이라고 부르는데 고구려 고분벽화의 묘주 상에서부터 역대 왕의 어진이나 사대부 영정, 스님들의 진영 등 수천점의 초상화가 조성되어 왔다”며 “정통 초상화의 맥을 잇는 것 못지않게 새로운 초상화도 모색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다종다양한 초상화들을 한자리에 모아 한국초상화의 전통이 정립되기를 희망해본다”고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유를 밝혔다. (02)3673-3426

-강지연 기자

http://www.buddhism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89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