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리 수종사에 오르니...


강원도 삼척 대덕산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영월, 단양을 거쳐 충주호에 이르게 되면 그 흐름을 북서로 바꿔, 경기도 여주를 지나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에 이르게 되니 그 물길이 곧 남한강이다. 한편 금강산 부근에서 발원된 북한강은 남류하면서 양구군, 화천군, 인제군 등 백두대간 서측면 지류의 물을 모아 춘천의 의암호에 이르러 큰 물이 되어 가평을 거쳐 양수리에서 남한강 물과 합치게 된다.
이렇듯 먼 곳으로부터 급히 달려 온 두 물이 만난다하여 예로부터 ‘두물머리’라 불리운 양수리에 팔당댐이 들어서 그 물을 잠시 가두어두니, 장차 서울을 관통해 도도하게 흐를 한강 물이 마치 출전을 앞두고 호흡을 가다듬듯 고요하기만 하다.

일찍이 한강변의 빼어난 풍광을 그림으로 그린 겸재 정선의 <경교명승첩>은 양수리 일대의 승경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녹운탄’, ‘독백탄’, ‘우천’ 등 그림 속 양수리 부근의 경치를 오늘 날 쉽게 찾을 수 없음은 실제보다 더 현실감있게 그려낸 겸재의 뛰어난 능력에 의해 그러하기도 하지만, 팔당댐이 들어선 후 높아진 수위로 주변 산허리가 물속에 잠겨 그 기세를 빼았겼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
두물머리를 에워싼 운길산 중턱의 수종사에 오르니
눈 아래 펼쳐진 하얀 물빛이
또 다른 한강의 진경을 만들고 있었다.

2008. 2
금릉 김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