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29일 시중재에 강릉 MBC 다큐 제작팀이 방문했습니다. 최근 발견(?)된 신사임당의 산수화 진적(眞蹟)이라 여겨지는 그림을 모사하는 과정을 촬영하러 왔습니다. 초충도 그림으로 유명한 신사임당은 사실 산수화에도 능했다는 기록이 문헌에 있으나, 그 진품으로 세상에 알려진 게 없었습니다.
얼마 전, 사임당의 막내 아들 '이우'의 후손이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신사임당의 산수도 2폭을 오죽헌 강릉시립박물관에 기증한 일이 있습니다. 이에 강릉 MBC 다큐 제작팀에서는 각계 전문가들의 고증을 통해 이 작품이 신사임당의 진품이라는 확신 하에 그 발굴 과정을 영상에 담아, 11월 경 방송을 통해 세상에 알리려고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 다큐 마지막 부분 쯤에 오랜 세월동안 심하게 훼손 되어 희미하기조차 한 그림을 모사 과정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보다 확실하게 그 존재를 보여주려 합니다.
그림에 대한 진품의 여부는 전문가들의 판단에 맡겨야 할 일입니다. 그러나 화가로서 남겨진 흔적을 쫓아 그려내는 모사과정 내내, 마치 구멍 난 창호을 통해 500년 전의 세상을 들여다보는 듯 했습니다.
또 한 획씩 이어갈 때마다 마치 산산조각으로 흩어진 도자기의 파편을 하나 하나 붙여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시키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오죽헌 강릉시립박물관에서는 내년 쯤 신사임당 산수화를 복원 수리와 모사를 한 후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한 전시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2009.10.01
금릉 김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