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월, 지인으로 부터 그의 부모님 초상을 제작하고 싶다며 연락이 왔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금년 3월에야 그림을 완성했다.
그림을 공부한 이래 지금껏 많은 시간동안 여러 그림을 그려 왔지만 초상 그림은 언제나 만만치가 않다.

"세상에서 가장 그리기 쉬운 것은 귀신을 그리는 일이고, 가장 어려운 것은 사람을 그리는 일이다 " 라는 말이 있다. 이는 그 잘잘못을 가릴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귀신 그림에 비해 사람을 그리는 초상화는 무엇보다도 전신(傳神)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리라.
전신이란 초상화를 그릴 때 외적인 형상의 닮음뿐만 아니라 그 내면의 정신성까지 그려내야 한다는 의미로 동양회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키워드라 할 수 있다. 또한 한 순간의 모습을 담은 서양의 초상화와는 달리 우리의 전통 초상화에 있어서는 대상 인물 전 생애의 모습이 한 폭 그림속에 다 드러나도록 그려야 하기에 어찌 만만히 대할 수 있겠는가..

이번 초상을 제작함에 있어 생전 그 분들을 뵙지 못해 그 모습과 마음을 알지 못한 채  몇 장의 사진에 의지해 그림을 그려야만 했다. 수 차례 밑그림을 수정하고 두어 번 비단을 다시 매는 등 작업을 이어가는 내내, 몇 해 전 그 지인이 부모님을 여의고 카페에 올린 글을 떠올렸다. 부모를 생각하는 자식의 마음이 다 그러하라리 여기면서도 그 맘이 짠하게 다가 왔었다.
어느 듯 초상 제작을 마무리지으려니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아무래도 부모님을 향한 그의 애절한 마음에는 미치지 못한 듯하여...

이제 며칠 후면 어버이 날이다.
아직까지 자식에게 꽃을 받기에 여전히 쑥스럽다.

2010.05.03
금릉 김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