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녀춘향 영정 제작 발표

일시: 2023.5.25. 오전9:30

장소: 남원 광한루원 열녀춘향사

안녕하십니까?

오늘 봉안식을 갖는 춘향 영정을 그린 화가 김현철입니다.

본 춘향영정은 17세 전후 나이의 18세기 여인상입니다.

5월 단오일을 맞아 이곳 광한루에 향단이를 앞세워 그네를 뛰러 나올 때의 모습입니다.

곱게 빗어 쪽진 낭자머리 또는 벌생머리에는 옥으로 된 대나무뿌리 모양의 죽절비녀를 꽂고 금봉채로 장식해 한껏 멋을 부렸습니다.

치마와 저고리는 5월의 초여름에 어울리는 다홍색과 밝은 녹색인 연두색입니다.

이는 처녀나 젊은 부인들이 즐겨 입는 색상입니다.

저고리에는 포도다람쥐문을 치마에는 복숭아, 석류 그리고 불수감을 표현한 도류불수문을 각각 그려 넣었습니다.

이러한 무늬는 다복, 다산, 장수 등을 기원하는 상징성이 있습니다.

복식은 18세기 중기 여인의 출토 복식을 복식전문가분들의 고증과 손을 빌려 재현해 제작한 후 이를 기초로 하여 그렸습니다.

10대 중후반 여성의 맵시 있는 체형에 어울리도록 저고리는 다소 소매통이 좁고 기장은 좀 짧게 했습니다.

반면, 치마는 속치마로 무지기치마를 받쳐 입었기에 품을 비교적 넉넉하게 해 저고리와의 대비감을 강조했습니다.

약간 좌측을 향해 서서 노리개를 쥐고 있는 양팔이며 치마 끝에 한쪽 신발을 살짝 드러낸 춘향상의 전체적인 모습은 정적인 느낌보단 동적인 느낌의 자세입니다.

새롭게 춘향영정을 제작하며 예쁜 춘향의 모습보다 아름다운 춘향상을 그리려 했습니다.

판소리 춘향가 속의 춘향은 영민하며 지고지순한 아름다운 여인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사람에게 있어 아름다움이란 삶을 대하는 품격있는 자세와 태도에서 비롯됩니다.

주체적 삶을 꾸려나간 춘향의 아름답고 품위있는 모습이 본 춘향영정에 잘 드러나도록 영정을 제작하는 동안 내내 힘썼습니다.

이러한 영감은 남원사람의 모델이 되어준 남원소재 여고생 7명의 아름다운 모습에서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림을 통해 한 시대의 시대정신과 미감을 읽을 수 있다고 합니다.

앞서 그려진 2본의 춘향상들이 저마다 그 시대상과 미감을 대변하듯, 이번에 새로 제작된 열녀춘향상 또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시대상과 미감을 대표한다 할 수 있습니다.

판소리 춘향가가 시대를 달리하며 각색되어 전해오듯 시대를 달리하며 제작된 3본의 춘향상 또한 함께 널리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열녀춘향상 제작에 자문으로 도움을 주신 복식전문가 이은주 교수님, 지수현 교수님, 복식을 제작해 주신 차귀미 선생님 그리고 화가 이철규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3.05.25.

화가 김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