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 한용운은 알려진 행적에 비해 그 모습의 상이 많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 중 세간에 덜 알려진 몇 장의 사진을 발견할 수 있었다. 2차례 형무소 수감 때 촬영된 사진이다. 41세 때인 1919년 조선독립을 위해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민족대표 33인 중 1인으로 3.1운동을 주도한 후 마포형무소에 수감되었을 때 촬영된 사진과 1929년 그의 나이 50세, 12월 광주학생 운동을 알리는 민중대회 개최를 준비하다 일경에 체포돼 서대문형무소에 수감 때의 사진이다. 역설적이게도 이 수형기록표에 붙어 있는 사진들은 정면과 측면을 각각 촬영한 모습으로 초상 올해는 만해 한용운의 서거 80주년이 되는 해이다. 승려 만해 한용운(1879~1944)은 충청남도 홍성 출신으로 본관은 청주이며 ‘용운龍雲’은 법명이고 ‘만해萬海’는 법호다. 대원군의 집정과 외세의 침략 등으로 나라 안팎이 어수선한 시기에 유년기를 보낸 만해는 출가 후 불행한 시대적 배경과 혼란한 사회적 여건 속에서 불교의 중흥과 대중화를 위한 혁신론을 내내 주장했다. 또한 자유와 평등사상, 민족사상, 민중사상 등 시대정신을 대변하는 시인이자 독립 운동가였다. 이렇듯 그의 지난 족적이 비교적 역사에 뚜렷이 남아 있는 것에 비해 현재 널리 알려진 한용운의 초상은 오래 전 조선일보에 게재되었다는 한 장의 사진에서 비롯된 유화 그림이 유일하다시피하다. 유화로 제작된 이 초상화를 근거로 후일 여러 작가들에 의해 평면(회화)과 입체(조각)로 그의 모습이 재현되어 홍성의 만해 생가지, 서울 성북동의 심우장 그리고 인제의 만해마을과 백담사 등 생전 만해와 인연이 깊었던 곳에 여러 상이 봉안되어 있다. 한 인물의 초상화는 외형뿐만 아니라 그 마음인 정신까지 그려야 하는 곧 형상을 통해 정신을 구현하는 전신사조傳神寫照를 무엇보다 중요시 한다. 지난 2010년, 전통초상화 제작방법인 전신傳神 기법으로 만해 한용운의 초상을 제작한 바 있다. 이에 그 과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제작을 위해 형상의 전체적 모습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자료였다. 이 사진들 속의 만해는 고개를 앞으로 숙이고 몸을 한쪽으로 기울여 다소 불안정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보다 젊은 시절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확연하다. 이는 만해 한용운의 일대기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1911년 한일 합병되던 이듬해 가을, 그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만주로 떠났다. 당시 만주에는 많은 조선인이 고국을 떠나 살고 있었다. 고국에서 먹고 살기 어려워 떠난 이들도 있었고 큰 뜻을 품고 떠나온 애국지사들도 있었다. 이들의 삶을 엿보고자 했던 만해는 일본 밀정으로 오해를 사 그곳 애국 청년들로부터 수차례 총격을 받게 된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으나 목 뒷덜미 총상 휴유증은 이후 그를 평생 고개를 곧추 세우지 못하게 한 원인이 되었다. 이는 곧 독립 운동가로써 최후까지 변절하지 않은 그의 저항정신과 승려로써 일본이 그들의 불교와 조선의 불교를 통합하려 한 행위를 규탄하며 조선의 불교를 바로 세우고자 한 개혁정신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자세로 여겼다. 이에 만해 한용운 초상을 제작함에 있어 다소 비뚤어진 자세의 형상과 함께 형형한 눈빛을 강조하여 초상화에 그의 강인한 저항정신이 드러나도록 했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초상화인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에서 보이듯 화면 중심에 얼굴을 두어 그의 등등한 기세가 보다 잘 표현되도록 배치했다. 또한 그는 비록 승려 신분이나 시인으로도 독립 운동가로도 알려져 있기에 승복보다 당시 입었음직한 흰색의 두루마기 형태의 의습을 갖춰 그 형과 색을 최대한 절제하며 그렸다. 

10여 년 전, 이와 같은 제작 의도로 외모뿐 아니라 그의 정신까지 사생해 내려 심혈을 기울여 그린 <만해 한용운>초상화는 만해를 향한 한 화가의 개인적인 시각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무릇 초상화는 세상에 기릴 만한 사람의 모습을 두루 전하기 위해 그려지는 그림이다.

<0163 김현철_한용운 초상_2010_비단에 진채_85x51cm_작가소장>

2024.02

금릉 김현철(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