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응 초상 59 x 44cm 비단에 채색 2021>

이만응 초상 제작기

국가보훈처에서는 독립유공자의 자료를 한자리에 모은 공훈전자사료관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1,700여 독립유공자 개인의 신상을 비롯해 공적, 포상 등의 자료가 공개되어 있다.

올해 초, 의병활동으로 2002년 국가로부터 애족장 포상을 받은 구초 이만응(九樵李晚應 1857～1938)선생의 후손이 초상제작을 의뢰해 왔다. 공훈전자사료관 그의 신상자료에는 흑백 사진 한 장이 게재되어 있다. 그나마 후손이 간직한 사진이 남아 있었기에 가능했다. 대체로 수많은 유공자 신상란에는 사진이 없다. 당시의 열악한 시대상황에 비춰 사진을 남기는 일 조차 쉽지 않았을 것이다.

30대 후반, 1895년(고종32년) 단발령 공포에 반대하여 전국의 유림이 주축이 되어 일어난 항일의병운동에 아장으로 참여한 이만응 선생. 그의 유일한 흑백사진은 말년 쯤의 모습으로 짐작된다. 선생은 결코 녹록치 않았을 청장년 시절을 보낸 후 노년의 어느 날 병풍을 뒤로 하고 카메라 앞에 앉았으리라.

흑백사진의 심한 명암대비로 선생의 지난 세월은 짙은 그림자 속에 가리워졌지만 오히려 화가는 이에서 강한 화의(畫意)를 느꼈다. 한 순간의 모습을 기록하는 카메라 사진에 비해 과거, 현재 나아가 미래의 모습까지 아우러지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또한 초상그림이다. 이는 초상화를 그릴 때 외모의 닮음도 중요하지만 내면의 정신성 즉 전신(傳神)이 드러나도록 사생하기 때문이다.

초상의 전제적인 용모는 흑백사진의 모습에서 가져왔으나 한때 의병으로서 의로운 기운이 한껏 드러나도록 힘썼다. 사진 자료로는 미처 확인할 수 없었던 형상의 사실적 표현은 이만응 선생 후손 용모의 특징을 참고해 그렸으며 무엇보다 초상인물의 정신성 표출을 위해 애썼다.

아울러 초상화 제작을 의뢰한 이한주선생의 증조부에 대한 극진한 마음이 있었기에 화가는 초상작업을 경건하게 마칠 수 있었다.

2021.10

금릉 김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