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1) 동강어라연, 137 X 57 cm, 한지에 수묵담채, 2002

한국의 미 

  김현철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겸재 정선이 떠오른다. 정선(1676~1759)은 처음에는 중국 화풍의 영향을 받았으나 서른 살 즈음부터 조선 산수화의 독자성을 살리는 일에 몰두하였다. 정선의 그림에는 한국의 자연관과 정서, 미학이 살아 꿈틀거리고 있다. 우리는 겸재의 그림을 통하여 미적 감흥과 개성, 나아가 조선 산수화의 정체성을 살렸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
  김현철은 진경산수화의 본질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화가이다. 그는 정선을 비롯한 옛 선조들이 쌓아놓은 성과에 그의 진지한 탐구정신과 개성을 보태어 새로운 그림을 창조해내고 있다. 김현철의 작업은 전통의 재창조, 또는 옛 것에 대한 현대적인 이해 등으로 설명될 수 있으리라. 대부분의 젊은 화가들이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에 비하면, 김현철의 작업 태도는 진지해서 믿음직스럽다. 그는 진경산수화에 대한 일관된 작업을 통해 옛 것의 소중함과 전통의 아름다움을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김현철은 우리의 정취와 미학, 그리고 독특함이 살아있는 그림을 꿈꾸며 전국의 산과 들, 강을 돌아다닌다. <동강 어라연>도 이런 노력을 통해 얻은 것이다. 가로가 무척 긴 이 그림은 파노라마 필름으로 강원도 동강의 아름다움을 담은 사진을 보는 듯하다. 이 그림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산과 물의 대비다. 산은 비교적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물감의 농도를 조절하고 묘사의 밀도를 달리하여 원근감을 잘 살려내고 있다. 시야에서 가까운 산은 진하고 자세하게, 멀리 있는 산은 비교적 엷고 덜 자세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물, 곧 강은 아예 물감을 칠하지 않았다. 흰 여백 그 자체로 강을 표현한 것이다. 물감으로 채운 산과 텅 빈 강, 비워놓기는 하늘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구성은 그림을 입체적으로 보이게 한다. 풍경 전체가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비움과 채움, 산의 수직성과 물과 하늘의 수평선, 그의 그림에서 한국의 자연은 새롭게 태어난다.

1958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난 김현철은 서울대 미대 회화과와 대학원에서 한국화를 전공했다. 지금까지 5회의 개인전과 40여 회의 단체전을 가졌다.

유명종 기자

<THE WORLD OF KOREAN BEAUTY>

  On looking at a painting by Kim Hyun-chul, we are sure to be reminded of the Joseon-era painter Jeong Seon (professional name Gyeomjae). Jeong Seon (1676-1759) was at first much influenced by the Chinese style of painting, but from the age of about thirty he devoted himself to capturing the unique qualities of the Korean landscape. Because of this quality, Jeong Seon's paintings have come to be distinguished from those of earlier periods by the designation "true view landscapes," True view landscapes do not simply reproduce the scenery of nature, but endow it with aesthetic interest and individuality through a pictorial paradigm shift.
  Kim Hyun-chul is a painter who strives to continue and develop the tradition of the true view landscape. Besides his earnest emulation of the achievements of Jeong Seon and other predecessors, he has a unique creative gift of his own, and this is what makes Kim, Hyun_chul an important artist. The task he has set himself is a re-creation of tradition, a contemporary take on the past. Unlike many young artists with their sensitivity to fashion, Kim approaches his work with convincing sincerity rather than momentary brilliance. His steadfast devotion to the true view landscape speaks softly, yet firmly, of the importance of the past and the beauty of tradition.
  An art that expresses the unique ethos and aesthetics of Korea-this has been Kim Hyun-chul's constant dream as he wanders the mountains, fields, and rivers of the whole country. Eorayeon on the Dinggang River is a product of depicted somewhat precisely, though the density of their coloring is adjusted to create a sense of perspective. The mountains that are closer to the viewpoint are shown darker and more detailed, which are further is made to represent the river, an empty river among tinted mountains. The sky, too, is left empty. This deft composition makes the painting appear three-dimensional, and the whole landscape seems to come to life. Emptiness and fullness, the vertical mountains and the horizontal water and sky: in this painting the natural environment of Korea is born anew.

  Kim,Hyun-chul was born in 1958 in Gimcheon, Gyeongsangbukdo Province. He received both undergraduate and graduate degrees in Korean painting from Seoul National University's College of Art. To date, his work has been displayed in five solo exhibitions and about 40 joint exhibi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