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전도 / 53 * 330 / 비단에 진채 / 2005

<가고픈 경기비경展>
경기도박물관, 제비울미술관
2005.09.01-10.02

2005 경기방문의 해 특별전/한국화가 金陵<금릉> 김현철씨

거대한 화폭 속 ‘華城’… 꿈속 풍경인듯

  거대한 화폭 속 ‘華城’… 꿈속 풍경인듯 김현철 작 ‘화성 전도’‘2005 경기방문의 해 기념 특별전:가고픈 경기비경’이 경기일보와 경기도박물관, 제비울미술관 공동주최로 9월1일부터 10월2일까지 도박물관과 제비울미술관에서 열린다. 역량있는 31명의 작가가 도내 31개 시·군의 아름다운 풍광과 빛나는 문화유산 등을 답사, 현대진경으로 펼쳐낸다. 전시에 앞서 주요 작가들의 작품세계와 전시작품을 소개한다./편집자주“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이야기를 담으려 합니다.”한국화가 금릉(金陵) 김현철씨(안양)는 ‘가고픈 경기비경’展을 앞두고 작품에 대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수원의 세계문화유산 ‘화성’을 소재로 담아내는 그의 화폭은 가로 길이만 3m가 넘는 대형작품. 개인 작업 중에서도 단일 그림으로는 가장 크며 기법 또한 다양하게 삽입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작품을 위해 화성 일대를 답사한 것만 15차례 정도 됩니다. 스케치는 한달 반 정도 걸렸죠. 화성이 조선시대 가장 꽃 다운 역사의 상징이란 걸 알아가며 성벽만 그릴 수가 없었습니다. 머리 속엔 정조대왕능행차가 맴돌았죠.”처음엔 성곽만을 생각하고 접근했다가 점점 화성에 대해 빠져들었다는 금릉. 그래서 여기저기 책도 많이 뒤져보고 자문도 구했다. 작품 ‘화성 전도’는 화성을 중심으로 광교산부터 용주사 융릉까지 포괄하고 있다. “또 한편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이번엔 화성 안쪽에서 본 모습을 담으려 하죠.”그는 이번 전시에 ‘삼성산 삼막사’의 진경산수도 선보인다.금릉은 남들에 비해 속도가 쳐진다고 고백한다. 표정엔 언뜻 쑥스러움이 있지만 이는 곧 그만큼 섬세하며 꼼꼼하다는 것을 대변한다.“동양화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일종의 데뷔 시점부터 지금까지 10여년이 넘었지만 정식으로 발표한 작품 수는 90여편 남짓합니다. 결코 많은 숫자가 아니죠. 앞으로도 서두르진 않을 겁니다.”그가 이렇게 말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경남 김천이 고향인 금릉은 서울대 미술대학에 입학하며 상경했다. 하지만 대학에서 동양화를 가르친다는 것을 이때 처음 알았다고 한다. 신기하기도 하고 끌리기도 해서 전공으로 선택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동양화가 동양화 같지않고 자꾸만 서양적 기법을 따라가는 것 같았다고 회고한다. 졸업 후에도 얼마간 방향을 잡지 못하다가 1996년부터 본격적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돌이켜보면 당시의 동양화라 불린 동양화는 쓰이는 재료만 그렇지 표현기법이나 정신 등이 모두 서양의 것과 유사했죠. 대학 재학 내내 갈피를 잡지못한 것도 이런 연유라 생각됩니다. 안되겠다 싶어 임모부터 다시 출발했습니다.”‘임모’란 다른 그림을 그대로 복사하듯 그리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주로 임모했던 것들이 겸재 정선과 단원 김홍도의 그림들이었습니다. 임모를 하는데 어설픈 작가나 작품을 고를 수는 없잖아요. 그들을 만나면서부터 한국화에 대해 제대로 틀이 잡힌 것 같습니다.”임모작만 15점에 이른다는 금릉. 개인전마다 꼭 하나씩은 임모작을 당당히 내건다는 그는 2002년 제비울미술관에서 ‘임모와 사생전’을 열기도 했다.진경산수화가 전문이라는 금릉은 요즘 초상화부터 사군자 등 한국화의 진경 속에 푹 빠져있다. 하면 할수록 한국화의 깊은 맛에 매료된다는 그는 내포하고 있는 철학 또한 깊이가 있어 보였다.“동양화도 그렇지만 한국화의 멋은 면이 아니라 선에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붓을 제대로 세울 줄 알아야죠. 앞으로 해외 각 나라를 돌아본 뒤 ‘세계의 진경전’을 이뤄냈으면 하는 욕심입니다.”

박노훈 기자 nhpark@kgib.co.kr